어떤 질병은 그 이름 자체보다 진단에 이르는 과정이 본질을 더 잘 설명하기도 한다. 면역 매개성 호중구 감소증(Immune-Mediated Neutropenia, IMN)이 그런 경우다. 이 질환은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확진'이 아니라, 다른 모든 가능성을 소거한 뒤에 남는 잠정적 결론에 가깝다. 발병률 0.4%, 수의사들조차 평생 한 번 마주치기 어렵다는 이 희귀 질환에 대해 정리해 본다.
진단의 한계: 왜 '스테로이드 반응성'이라 불리는가
이론적으로 IMN은 호중구(Neutrophil)에 대한 자가항체를 검출하면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항체를 디텍션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상용화된 검사도 거의 없다. 결국 진단은 다른 원인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호중구 감소증을 유발할 만한 흔한 원인들, 가령 항암 치료 후의 골수 억압이나 패혈증(sepsis)으로 인한 호중구 소진 같은 가능성들을 먼저 제외해야 한다. 이런 명확한 원인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스테로이드(글루코코르티코이드) 치료를 시작했을 때, 환자가 뚜렷한 호전 반응을 보이면 비로소 '스테로이드 반응성 호중구 감소증', 즉 IMN으로 진단하게 된다. 진단명이 치료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된 셈이다.
데이터의 한계: 35마리의 개를 통해 본 특징
이 질환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35마리의 IMN 의심견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 기반한다. 데이터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므로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성별 및 연령: 35마리 중 22마리가 암컷이었지만, 표본이 너무 작아 암컷 호발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발병 연령은 1살부터 12살까지 다양하며, 평균적으로는 중년령에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임상 증상: 발열, 파행, 식욕 부진, 기력 저하. 사실상 이런 비특이적 증상만으로는 어떤 질병도 특정할 수 없다.
오류의 가능성: 참고 자료가 된 논문이나 책의 데이터에도 오류가 있었다. 예를 들어, 혈소판 감소 동반 케이스의 비율을 계산한 수치가 원본 데이터의 합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기보다 항상 데이터를 의심하고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의미 있는 단서: 혈액 검사 소견
결국 진단 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단서는 혈액 검사(CBC) 수치다.
핵심 소견: 매우 심각한 수준의 호중구 감소증이 관찰된다. 정상 범위가 수천 단위일 때, 수백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진다.
동반 소견: 약 4분의 1의 케이스에서 면역 매개성 혈소판 감소증(ITP)이 동반되었고, 경미한 빈혈이 나타나기도 했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는 고글로불린혈증(hyperglobulinemia)이나 ALT 상승이 확인될 수 있다.
골수 검사: 골수 내 세포 증식(myeloid hyperplasia) 소견이 보일 수 있다.
치료
치료는 진단 과정의 연장선에 있다. 스테로이드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라, 초기 치료는 프레드니솔론 같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로 시작한다. 만약 스테로이드 단독 반응이 떨어지거나, 용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재발한다면 추가적인 면역 억제제를 사용한다.
결론
IMN은 원인을 명확히 찾아냈다기보다, 다른 주요 원인들을 제거하고 면역 억제제에 대한 반응을 통해 역으로 추정하는 질환이다. 모든 문제에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가능한 증거들을 조합해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그것이 이 희귀 질환을 마주하는 방식이다.